2015/07/04 11:24

N.O. - 이세계에 갔더니 거대인간형병기의 조종사가 된 건에 대하여... -예행연습- 직접만든 계란빵

これは アニメじゃない. 本当の ことさ.
                                                                                                       -96th, 稲葉 三郞


젊은 시절엔 누구나 영웅이 되는 꿈을 꾸기 마련이다.
특히 소년들이 그렇다.
어린시절에 본 각종 영웅물에 감화된 나머지 스스로 영웅을 자처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길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현실의 한계를 깨달은 그들은 곧 현실에 순응하고, 그렇게 조금씩 나이를 먹고 어느새 현실적인 인간이 되어버린다.
이것은 그렇게 되기 조금 전의, 아직은 조금 순수했던 소년들의 이야기다.
                                                                                                               -작자미상


 넓은 하늘이 있다.
아직 해가 뜬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기 때문인지, 본연의 파란색보다는 조금 어둑한 색을 띈 하늘이다.
그 아래로 펼쳐진 것은 드넓은 대지.
멀찍이 능선이 펼쳐져 있으며, 그 아래로 숲이 조그맣게 보이고 이 앞까지 쭉 이어진 것은 넓은 평야다.
평야의 한가운데를 가르는 푸른 강줄기를 따라 옥토가 조성되어, 본디 부락이 형성되고 황금의 들판이 이루어져 있어야할 곳이었다.
허나, 지금은.
푸른 강줄기의 주변으로는 황금의 들판과는 반대의 것이 있었다.
보이는 것은 검게 부서진 고철 덩어리들, 그 외에도 여기저기 시커멓게 눌어붙은 무언가가 주위를 장식하고 있었다.
간간이 '원형'을 유지하는 것들도 더러 있었다. 태반은 아마도 인간이라고 불리었을 무언가 들이었다.
고쳐 말해 고철덩어리들 주위에 늘어져 있는 것들은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타버린 시체들이었다.
그렇게 된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인지 아직 여기저기 연기를 피어 올리는 것들도 있었다.
필히 가까이 가면 썩는 냄새인지 굽는 냄새인지 분간도 할 수 없을 것들로 코를 움켜잡을 수밖에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누군가가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은 목소리가 짧은 말을 전하고, 이쪽에게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한다.
그리고 그것을 이유로, 이쪽은 짧게 한숨을 내쉰 후 몸을 일으켰다.
전신은 이미 피로에 쩌들어 있었고 눈은 퀭하기 이를 때 없었지만 그래도 늘어지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움직인다. 시선을 돌려 멀지 않은 곳에서 이쪽을 기다리고 있을 것을 찾았다.
모든 곳이 처참하고 더럽혀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어느새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 순백의 모습으로 거기에 있었다.
무릎을 꿇고 앉은 갑옷.
하지만 평범한 갑옷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조금 크다.
조금 더 설명을 보태자면, 그래. 이쪽 사람들은 저것을 '성기사' 혹은 '성갑주'라고 표현하는 모양이지만,
조금 더 이쪽이 이해하기 쉽게 보태자면
그곳은 거대한 인간형태의 로봇이라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순백의 인간과 같은 형상을 하고,
머리에는 관을 쓰고,
등에는 붉은색과 하얀색이 뒤섞인 망토를 두르고,
허리춤에는 거대한 칼을 찬,
거대한 인간형의 로보트.
그것이 지금 이쪽, 류시윤이 향하고 있는 목적지다.
시윤이 곧 해야 할 일은 그것을 움직이는 일이며,
그것을 움직여서 해야 할 일은 아직 남은 적들을 소탕하는 일이다.

"류 공(公), 400리 밖에서 제국의 증원군이 확인되었다는 첩보가 있소. 서둘러 움직여 주었으면 싶소만."

옆에서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을 돌릴 필요도 없이, 그 목소리의 주인이 최근 자신을 보좌하는 군단장임을 시윤은 깨달았다. 전황은 꽤나 심각한 수준이었고 그나마 적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시윤뿐이었기 때문에 시윤의 주변에서 그와 함께 싸우는 이들은 곧잘 바뀌었다.
자신의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그도 언제 숨을 거두고 새로운 이를 맞이할지 몰랐다.
그리고 그것은 그를 경외와 두려움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는 군단장뿐만이 아닌, 그 주변에서 지친 모습에 공포에 찬 시선으로 시윤을 바라보는 군단병들도 포함된다.
시윤이 이 자리에 나타났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기쁨에 찬 기분과 동시에 절망감을 맛보았으리라.
그도 그럴 것이, 적에 대항할 수 있는 왕국군의 유일한 카드인 시윤이 나타났다는 것은 그들이 제국군을 상대로 승리를 점칠 수도 있다는 것과 동시에 그들이 있는 곳이 가장 심각한 격전지임을 알려주는 증거이니까.

"적의 갑주는 얼마나 됩니까?"

시윤의 물음에 군단장은 머뭇거리지 않고 곧바로 대답해주었다.

"척후로부터 확인된 것은 3기정도요. 모두다 중갑주요. 적의 성갑주는 확인되지 않고 있소."

그 정도 전력만으로도 여기에 모인 1만의 군단병 정도는 모두 다 쓸어버릴 수 있을만한 전력이 될 테지만.
시윤은 살짝 지끈거리는 이마를 흔들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거의 힘이 들어오지 않는 주먹을 한번 굳게 쥐어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하던 대로 대갑주전 방어준비를 하세요. 가급적 군단병들의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적의 중갑주는 제가 제압합니다. 그 동안은 능력껏 피해있으면 됩니다."

시윤의 말에 군단장은 살짝 이맛살을 찌푸렸지만, 곧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러는 동안 시윤은 어느새 꿇어앉은 갑옷 앞까지 도착했다.
고개를 들어 보니 흰 갑옷의 가슴팍이 활짝 열려져있는 것이 보였다.
거기에는 딱 사람 한 명이 들어갈 만한 자리가 있다.
시윤이 다가가자 갑주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종자 두 명이 다가와 그가 성갑주에 오르는 것을 도우려 했다.
시윤은 그들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손짓을 보내고는,

"군단장, 당신 이름이 뭐였죠?"

하고 시선을 돌려 군단장의 모습을 보았다.
비교적 젊은 모습으로 보이는 군단장은 그의 느닷없는 질문에 당황한 표정을 보이더니 가볍게 왕국의 군례를 그에게 보이고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35군단장 하스 레빙턴 식스웰이라고 합니다."

하스 레빙턴 식스웰. 작게 그의 이름을 되뇐 시윤은 그대로 종자들의 도움을 받아 성갑주에 올랐다.
그리고는 갑주의 가슴팍이 닫히는 것을 기다리며 여전히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군단장에게 말했다.

"살아서 봅시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하스 레빙턴 식스웰과 류시윤이 나눈 마지막 대화가 되었다.

N. O. - 이세계에 갔더니 거대인간형병기의 조종사가 된 건에 대하여... -예행연습-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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